The story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가이드 아브샤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 마을 중 하나인 익선동의 좁은 골목길에 서 계십니다. 잠시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낮은 기와지붕 아래로 흐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기와 갓 구운 빵 냄새가 느껴지시나요? 이곳은 화려한 고궁이나 거대한 북촌 한옥마을과는 또 다른, 아주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익선동의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2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종로 일대로 거주지를 확장하려 하자 ‘건축왕’이라 불리던 정세권 선생은 우리 민족의 주거 공간을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립니다. 그는 이곳의 넓은 대지를 사들여 서민들을 위한 작고 실용적인 ‘도시형 한옥’ 단지를 조성했죠. 북촌이 고관대작들의 웅장한 저택이라면, 이곳 익선동은 당시 보통 사람들의 삶이 깃든 따뜻한 보금자리였습니다.
이제 천천히 골목 안쪽으로 걸음을 옮겨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지나가야 할 정도로 좁은 이 길은 익선동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세요.
100년의 세월을 견딘 낡은 기와들이 다닥다닥 붙어 서로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한옥의 뼈대인 서까래와 대들보를 그대로 살린 채, 통유리와 세련된 조명으로 꾸며진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서 있죠.
과거와 현재가 이토록 묘하게 섞여 있는 풍경, 이것이 바로 우리가 ‘뉴트로’라 부르는 익선동만의 독특한 감성입니다. 걷다 보면 익선동의 터줏대감 같은 장소들을 만나게 됩니다. 전통차의 향기가 배어 있는 ‘뜰안’이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활기찬 ‘밀토스트’ 같은 곳들이죠.
이런 가게들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마당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여러분을 반겨줄 것입니다. 한옥의 중심인 ‘마당’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마법 같은 공간입니다. 익선동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습니다.
오히려 길을 잃었을 때 비로소 이 동네의 진짜 보석 같은 풍경들을 발견하게 되니까요. 막다른 골목 끝에서 만나는 예쁜 벽화나, 누군가의 정성이 담긴 작은 화분들이 여러분의 산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자, 이제 저의 안내를 뒤로하고 여러분만의 속도로 이 미로 같은 골목을 탐험해 보세요.
1920년대의 공기와 21세기의 활기가 교차하는 이 특별한 순간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가이드 아브샤였습니다. 행복한 여행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