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안녕하세요, 전주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 여러분의 가이드 아브샤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전주 한옥마을의 입구, 수많은 낮은 기와지붕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웅장한 건축물 앞에 서 계십니다. 바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전동성당입니다.
먼저 고개를 들어 성당의 외관을 천천히 살펴보세요. 따뜻한 느낌의 붉은 벽돌과 차분한 회색 벽돌이 어우러진 이 건물은 로마네스크 양식에 비잔틴 양식이 더해진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중앙의 둥근 돔과 좌우의 작은 종탑들이 만드는 곡선은 보는 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죠.
하지만 이 화려하고 평화로운 성당 뒤에는 아주 깊고도 뜨거운 역사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곳은 본래 전주 읍성의 남문이었던 풍남문 밖, 즉 죄인들을 처형하던 사형장이었습니다. 1791년,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가 이곳에서 신념을 지키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비극의 피로 물들었던 그 땅 위에, 100여 년이 흐른 뒤 보드네 신부가 성당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성당의 기초가 된 주춧돌에 있습니다. 당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전주 읍성의 성벽이 헐리게 되었는데, 보드네 신부는 헐린 성벽의 돌들을 가져와 이곳의 기초로 삼았습니다.
도시를 지키던 견고한 성벽의 돌들이 이제는 신념의 공간을 지탱하는 뿌리가 된 것이죠. 서울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의 손길로 완성된 이 성당은 무려 23년에 걸친 공사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성당 주변을 천천히 걸어보시면, 서양식 건축물이 주변의 한옥들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회색빛 도심 속에 붉은 등대처럼 솟아오른 이 성당은 지난 백 년 동안 전주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묵묵히 지켜보았습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성당 내부를 살짝 들여다보시거나, 성당 마당에 놓인 순교자들의 조각상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밖의 소란스러운 관광지의 분위기는 어느덧 사라지고, 장엄한 침묵과 경건함이 여러분을 감싸 안을 것입니다.
자, 이제 이 아름다운 아치 아래에서 시간을 초월한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여정으로 이동하시기 전에, 붉은 벽돌에 스민 오후의 햇살을 눈에 충분히 담아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