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Jeondong Catholic Church, Jeonju, South Korea · 2 min · 한국어

전주 전동성당: 역사의 아픔 위에 피어난 붉은 벽돌의 성지

A narrated story about Jeondong Catholic Church, Jeonju, South Korea — press play, or read it below.

Avsha narrates a story about wherever you are — any street, in your language. Free to start, no account.

The story

안녕하세요, 전주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 여러분의 가이드 아브샤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전주 한옥마을의 입구, 수많은 낮은 기와지붕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웅장한 건축물 앞에 서 계십니다. 바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전동성당입니다.

먼저 고개를 들어 성당의 외관을 천천히 살펴보세요. 따뜻한 느낌의 붉은 벽돌과 차분한 회색 벽돌이 어우러진 이 건물은 로마네스크 양식에 비잔틴 양식이 더해진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중앙의 둥근 돔과 좌우의 작은 종탑들이 만드는 곡선은 보는 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죠.

하지만 이 화려하고 평화로운 성당 뒤에는 아주 깊고도 뜨거운 역사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곳은 본래 전주 읍성의 남문이었던 풍남문 밖, 즉 죄인들을 처형하던 사형장이었습니다. 1791년,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가 이곳에서 신념을 지키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비극의 피로 물들었던 그 땅 위에, 100여 년이 흐른 뒤 보드네 신부가 성당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성당의 기초가 된 주춧돌에 있습니다. 당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전주 읍성의 성벽이 헐리게 되었는데, 보드네 신부는 헐린 성벽의 돌들을 가져와 이곳의 기초로 삼았습니다.

도시를 지키던 견고한 성벽의 돌들이 이제는 신념의 공간을 지탱하는 뿌리가 된 것이죠. 서울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의 손길로 완성된 이 성당은 무려 23년에 걸친 공사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성당 주변을 천천히 걸어보시면, 서양식 건축물이 주변의 한옥들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회색빛 도심 속에 붉은 등대처럼 솟아오른 이 성당은 지난 백 년 동안 전주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묵묵히 지켜보았습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성당 내부를 살짝 들여다보시거나, 성당 마당에 놓인 순교자들의 조각상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밖의 소란스러운 관광지의 분위기는 어느덧 사라지고, 장엄한 침묵과 경건함이 여러분을 감싸 안을 것입니다.

자, 이제 이 아름다운 아치 아래에서 시간을 초월한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여정으로 이동하시기 전에, 붉은 벽돌에 스민 오후의 햇살을 눈에 충분히 담아 가세요.

This story in other langu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