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Changdeokgung's Secret Garden, Seoul, South Korea · 2 min · 한국어

창덕궁 후원, 왕의 비밀스러운 숲을 걷다

A narrated story about Changdeokgung's Secret Garden, Seoul, South Korea — press play, or read it be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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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가이드 아브샤입니다. 지금 우리는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조선의 왕들이 가장 아꼈던 은밀한 휴식처, 창덕궁 후원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곳은 '비밀의 정원'이라는 뜻의 비원이라고도 불리며, 자연을 해치지 않고 지형을 그대로 살려 만든 한국 전통 정원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입니다.

가장 먼저 우리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연못, 부용지를 보시죠. 네모난 연못 한가운데 둥근 섬이 떠 있는 모습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조상들의 우주관을 담고 있습니다. 연못 위로 당당하게 서 있는 이층 건물이 바로 주함루입니다.

1층은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으로 쓰였고, 2층은 열람실이었습니다. 정조 임금은 이곳에서 젊은 인재들과 함께 나라의 미래를 설계했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수백 년 전, 이곳에서 책장을 넘기며 학문을 논하던 선비들의 목소리를 상상해 보세요.

이제 발걸음을 옮겨 돌 하나를 통째로 깎아 만든 '불로문' 앞에 서 보시기 바랍니다. 이 문을 지나가면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자, 기분 좋게 허리를 펴고 이 문을 통과해 볼까요?

문 너머에는 연꽃을 유난히 사랑했던 숙종의 마음이 깃든 애련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주변 숲과 조화를 이루는 단아한 정자의 모습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줍니다. 조금 더 깊은 숲길을 따라 걸어가면, 궁궐 안에 있으면서도 단청을 칠하지 않은 소박한 건물이 나타납니다.

바로 연경당입니다. 효명세자가 아버지 순조에게 잔치를 베풀기 위해 사대부 집의 형태를 본떠 지은 곳이죠. 왕은 이곳에서 잠시 왕관의 무게를 내려놓고 평범한 사대부처럼 소박한 일상을 즐기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후원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옥류천'에 닿게 됩니다. 거대한 바위에 구불구불한 수로를 파서 물길을 만들었는데, 왕들은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읊는 '유상곡수연'을 즐겼습니다. 인위적인 조형물 대신 바위와 계곡, 숲의 곡선을 그대로 살린 이 공간은 조선 정원이 추구했던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창덕궁 후원은 계절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습니다. 봄에는 꽃향기가,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가을에는 타오르는 단풍이, 그리고 겨울에는 고요한 설경이 우리를 반기죠. 오늘 저와 함께 걸으신 이 비밀의 숲이 여러분의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가는 소중한 쉼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었던 이 길의 평온함을 가슴속에 깊이 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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