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napji / Donggung Palace and Wolji Pond, Gyeongju, · 2 min · 한국어

동궁과 월지: 천년 신라의 달빛이 머무는 곳

A narrated story about Anapji / Donggung Palace and Wolji Pond, Gyeongju, — press play, or read it below.

Avsha narrates a story about wherever you are — any street, in your language. Free to start, no account.

The story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가이드 아브샤입니다. 지금 우리는 경주의 밤을 가장 아름답게 밝히는 곳, 동궁과 월지에 서 있습니다. 발걸음을 옮기기 전, 잠시 눈을 감고 천년 전 신라의 가장 화려했던 순간을 상상해 보세요.

이곳은 신라 문무왕이 삼국 통일을 이룬 직후인 서기 674년에 조성한 왕실의 별궁이자,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마다 성대한 연회가 열리던 장소입니다. 먼저 우리 앞에 펼쳐진 연못, 월지를 보시죠. 이 연못은 신라 조경 예술의 정수라고 불립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연못의 어느 지점에서 보더라도 그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좁은 공간을 마치 끝없이 넓은 바다처럼 느껴지게 하려는 신라 조상들의 치밀한 설계 덕분이죠. 연못 안에는 도교의 신선 사상을 상징하는 세 개의 섬과 열두 개의 봉우리가 배치되어 있어, 이곳이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지상에 구현된 신선의 세계였음을 말해줍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이곳을 '안압지'라고 불러왔습니다. 신라가 멸망한 후 궁궐이 폐허가 되자, 주인을 잃은 연못에 기러기와 오리들만 날아든다 하여 고려와 조선 시대 사람들이 붙인 다소 쓸쓸한 이름이었죠. 하지만 1970년대 대대적인 발굴 조사 중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의 '월지'라는 글자가 새겨진 토기 파편이 발견되면서, 마침내 이곳의 찬란했던 본래 이름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당시 연못 바닥에서는 무려 3만 점이 넘는 유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14면체 주사위인 '주령구'입니다. 신라의 귀족들이 연회 중에 '술 단숨에 마시기'나 '노래 없이 춤추기' 같은 벌칙을 적어두고 게임을 즐겼던 도구죠.

이 고요한 물가에서 들려왔을 웃음소리와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이제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세요. 특히 해가 지고 조명이 하나둘 켜질 때, 물 위에 투영되는 전각의 모습은 시공간을 초월한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바람이 잦아든 날이면 거울 같은 수면 위로 동궁의 붉은 기둥과 화려한 단청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룹니다. 이 평화롭고도 웅장한 길을 걸으며, 천년 전 신라 왕족들이 느꼈을 그 밤의 정취를 여러분의 마음속에 가득 담아가시길 바랍니다. 신라의 달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곳을 비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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